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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봄이구나 / 이해인 이제는 봄이구나 / 이해인 강에는 조용히 얼음이 풀리고 나무는 조금씩 새순을 틔우고 새들은 밝은 웃음으로 나를 불러내고 이제는 봄이구나 친구야 바람이 정답게 꽃 이름을 부르듯이 해마다 봄이면 제일 먼저 불러보는 너의 고운 이름 너를 만날 연둣빛 들판을 꿈꾸며 햇살 한 줌 떠서 그리움, 설레임,기다림 향기로운 기쁨의 말을 적는데 꽃샘바람 달려와서 네게 부칠 편지를 먼저 읽고 가는구나, 친구야 2024. 2. 20.
세상에 나와 나는 / 나태주 세상에 나와 나는 - 나태주 세상에 나와 나는 아무것도 내 몫으로 차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꼭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푸른 하늘빛 한 쪽 ​바람 한 줌 노을 한 자락 더 욕심을 부린다면 굴러가는 나뭇잎 새 하나 세상에 나와 나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직해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꼭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단 한 사람 눈이 맑은 그사람 가슴속이 맑은 슬픔을 간직한 사람 더 욕심을 부린다면 늙어서 나중에도 부끄럽지 않게 만나고 싶은 한 사람 그대. 2024. 2. 15.
별은 너에게로 - 박노해 별은 너에게로 / 박노해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2024. 2. 10.
벽 / 정호승 벽 / 정호승 나는 한때 벽속에는 벽만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한때 벽속에 벽까지 부수려고 망치를 들었다 망치로 벽을 내리칠 때마다 오히려 내가 벽이 되었다 나와 함께 망치로 벽을 내리치던 벗들도 결국 벽이 되었다 부술수록 더욱 부서지지 않는 무너뜨릴수록 더욱 무너지지 않는 벽은 결국 벽으로 만들어지는 벽이었다 나는 이제 벽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벽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될 뿐이다 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따스하게 벽을 쓰다듬을 뿐이다 벽이 빵이 될 때까지 쓰다듬다가 물 한잔에 빵 한 조각을 먹을 뿐이다 그 빵을 들고 거리에 나가 배고픈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뿐이다 - 정호승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 中] 일부 - Derek Ryan - Made of Gold 2024.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