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등 뒤를 돌아보자 / 박노해

by 이첨지님 2024. 12. 16.


12
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동안

등 뒤의 슬픔에 등 뒤의 사랑에

무심했던 시간들을 돌아보자

 

눈 내리는 12월의 겨울나무는

벌거벗은 힘으로 깊은 숨을 쉬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해와 달의 시간을

고개 숙여 묵묵히 돌아보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두고 온 것들을 돌아보기 위한 것

내 그립고 는물 나고 사랑스런 것들은

다 등 뒤에 서성이고 있으니

 

그것들이 내 몸을 밀어주며

등불 같은 첫 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