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484 또다시 겨울 문턱에서 / 황동규 또 다시 겨울 문턱에서 / 황동규 대놓고 색기 부리던 단풍 땅에 내려 흙빛 되었다 개울에 들어간 녀석들은 찬 물빛 되었다 더 이상 뜨거운 눈물이 없어도 될 것 같다 눈 내리기 직전 단색의 하늘 잎이 벗어버린 나무들 곡식 거둬들인 빈 들판 마음보다 몸 쪽이 먼저 속을 비우는구나 산책길에서는 서리꽃 정교한 수정 조각들이 저녁 잡목 숲을 훤하게 만들고 있겠지 이제 곧 이름 아는 새들이 눈의 흰 살결 속을 날 것이다 이 세상 눈물보다 밝은 것이 더러 남아 있어야 마감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견딜 만한 한 생애가 그려 지지 않겠는가? Derek Ryan - Made of Gold 2023. 11. 8. 나뭇잎 수채화 / 김경은 나뭇잎 수채화 / 김경은 나뭇잎 주워다가 무지개 물감 칠하여서 튼튼하고 예쁜 집 지어봐야지 오동잎은 두 개 붙여 빨간 지붕 만들고 도라지 보라 꽃은 커튼으로 달까 봐 단풍잎 빨갛게 내 동생 볼에 찍어 오늘 밤 찾아올 예쁜 달에게 멋진 우리 집 자랑해야지 가을이 만든 ‘우리 집’ 집짓기처럼 즐거운 놀이도 없다. 우린 누구나 어린 시절에 수많은 집을 지으며 즐거워했다. 모래집도 짓고, 흙집도 짓고, 나뭇잎집도 지었다. 그러면서 꿈을 키웠다. 그때의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세계요, 우주였다. 이 동시는 제목 그대로 나뭇잎으로 집을 짓는 이야기다. 오동잎, 도라지꽃, 단풍잎 등이 재료다. 재료치곤 무 상으로 얻을 수 있는 고마운 것들이다. 가을이면 세상천지에 널려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곧 신이 주신 선물 이.. 2023. 11. 5. 10월 갈무리 / 남궁연옥 10월 갈무리 / 남궁연옥 차분하던 플라타너스 잎이 어수선해진다 시월 명령이 내려졌나보다 진한 화장을 지우지 못한 단풍이 담 틈으로 얼굴 내밀며 내려갈 곳을 찾는다 아직도 박수를 받고 있는 은행잎은 옷자락 움켜쥐면서 호된 독촉에 방황이다 2차선 길 플라타너스 잎들이 혼란스럽다 왜 너 시월은 혼자 가지 못하고 이 계절을 다 거둬 가야하는가 2023. 11. 2. 가을 / 이성란 가을 / 이성란 시인 푸르게 손짓하며 위로의 그늘 내어주던 나무들 사이사이 따사로운 햇살이 산들바람에 가볍게 흔들린다 다시 찾아 온 가을 저마다의 빛나는 색깔로 곱게 그리고 붉게 시나브로 스며든다 뜨거운 열정으로 여름을 건너온 가을의 시간 속에서 西湖를 산책한다 흔들리는 갈대 호수 가마우지 기러기 위로 금빛노을이 내려앉는다 저 한 폭의 수채화 시로 그려낼 수 있다면 이 가을 정녕 외롭지 않으리 When I dream - Carol Kidd(캐롤 키드) 2023. 10. 31.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37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