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22 서러운 봄날 / 나태주 서러운 봄날 / 나태주 꽃이 피면 어떻게 하나요 또다시 꽃이 피면 나는 어찌하나요 밥을 먹으면서도 눈물이 나고 술을 마시면서도 나는 눈물이 납니다 에그 나 같은 것도 사람이라고 세상에 태어나서 여전히 숨을 쉬고 밥도 먹도 술도 마시는구나 생각하니 내가 불쌍해져서 눈물이 납니다 비틀걸음 멈춰 발 밑을 좀 보아요 앉은뱅이걸음 무릎걸음으로 어느새 키 낮은 봄 풀들이 밀려와 초록의 주단 방석을 깔려 합니다 일희일비, 조그만 일에도 기쁘다 말하고 조그만 일에도 슬프다 말하는 세상 그러나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많기 마련인 나의 세상 어느 날 밤늦도록 친구와 술 퍼마시고 집에 돌아가 주정을 하고 아침밥도 얻어먹지 못하고 집을 나와 새소리를 들으며 알게 됩니다 봄마다 이렇게 서러운 것은 아직도 내가 .. 2024. 3. 25.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2024. 3. 23. 아름다운 빈 의자이고 싶습니다 / 윤석구 아름다운 빈 의자이고 싶습니다 / 윤석구 누구라도 편하게 앉아 명상도 하고 잠시 삶을 내려 놓고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빈 의자이고 싶습니다. 바람도 좋고 지나가는 한 줄기 소나기도 좋습니다. 살아보니 의자만큼 반가운게 없더이다. 힘들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모든걸 내어주는 그루터기 같은 빈 의자 입니다. 낙엽지는 공원의 빈 의자는 외롭고 쓸쓸해 보이지만 잠시 앉아보면 비움의 아름다움이며 더할 나위없는 인생 여백의 자리입니다. 호수가 물결이 출렁이는 공원의 빈 자리는 누군가 기다리는 그리움이고 예쁜커플이 행복의 웃음을 풍기는 향기입니다. 노인에게는 지나간 삶의 쉼터이고 남아있는 삶의 오아시스같은 희망입니다. 아름다운 빈 의자이고 싶습니다. 봄 한철 열정을 피우고 살며시 내려앉은 꽃잎이라도 하늘끝에서 춤추.. 2024. 3. 19. 선물 / 나태주 선물 / 나태주 나에게 이 세상은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빛이며 새소리, 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르른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 서럽게 서럽게 뱀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 받아 손바닥 뒤집는 잎사귀 넓은 키 큰 나무들도 선물이고 길 가다 발밑에 깔린 이름 없어 가여운 풀꽃들 하나하나도 선물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지구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지구에 와서 만난 당신 당신이 우선적으로 가장 좋으신 선물입니다 저녁 하늘에 붉은 노을이 번진다 해도 부디 마음 아파하거나 너무 섭하게 생각지 마세요 나도 또한 이제는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었으면 합니다 2024. 3. 17. 이전 1 2 3 4 ··· 3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