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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독백 / 오광수

by 이첨지님 2024. 12. 30.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를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며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아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