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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 / 도종환

by 이첨지님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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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 / 도종환

 

 새 한 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 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 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체

낮 밤 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 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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