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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 이해인

by 이첨지님 2024. 10. 4.

pinterest - 사진

가을바람 / 이해인

 

허눌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 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웅큼의 시()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기도는 깊어가네

 

내 나이 늦가을쯤

되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