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 이해인
허눌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 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웅큼의 시(詩)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기도는 깊어가네
내 나이 늦가을쯤
되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