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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말소리 / 박노해

by 이첨지님 202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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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말소리 / 박노해

가을에는
자꾸만
고개가 숙여 진다


물들어가는 나뭇잎처럼
익어가는 수수와 벼 이삭처럼
가을에는 나직이 고개가 숙여 진다

가을에는
해맑은 향기가
말을 한다

아침 서리에 몸 씻은 들국화처럼
햇살 바람에 붉어진 사과 알처럼
가을에는 속 깊은 향기가 말을 한다

가을에는
말없이
돌아봐 진다

누군가 부르는 듯한 노을 길처럼
책을 읽다 눈을 감은 그 사람처럼
가을에는 가만가만 돌아봐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