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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詩

담쟁이 / 도종환

by 이첨지님 2015. 11. 12.

 

 

 

            비 /정지용   다음                        

                                                  담쟁이   -  도 종 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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