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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을 주제로 한 시 모음

by 이첨지님 2013. 10. 3.



가을을 주제로 한 시 모음

가을 애상 늘봉 한문용 바람이 소리 없이 내려와 뜰 앞 귀뚜리를 깨우고 들녘에서 꼼지락거리던 가을볕은 장마에 절은 여름을 말린다. 아쉬움의 뒷걸음 흘긋흘긋 돌아 본 하늘이 놀 속으로 풍덩 빠져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인데 어쩌자고 제 갈 길 머뭇거리는가! 미련은 닳아버린 가없는 아픔 속절없이 망가진 죽음에 이르는 향수 되돌아보아도 아픈 기억 지워지지 않거늘 그냥 가 그냥 가 더운 입김은 애수가 아니니 빛깔로 오시는 내님 되돌아설지도 몰라
 
가을에게
                  늘봉 한문용
가을아,
네 아름다운 빛깔
채색할 자신이 없다.
가슴 가득 파고드는 그리움을
네 안에 감추어 둔 황홀한 모습을
스물 네 가지 색으로는
골짜기를 흐르는 맑은 물
낭만의 숲을 피워낸 소슬한 바람 
비취빛 하늘 옥빛 바다는 또 어떻고
가을아,
네 빛에 담긴 
한복 입은 여인의 치맛자락 같은 시어는
너를 사랑한 다음에야 
그려낼 수 있음을 이제 알았다.
네 모습 내 안에 넣어 주렴.
억새의 빛바랜 노래와
노랗게 핀 들국화의 고고함도
신선함으로 샘솟는 
사랑의 색으로는 빚을 수 있으니
가을에 내리는 비 /늘봉 한문용
그리움에 젖을까봐
땀방울이 속깨나 적시더니 
빈 마음 떠안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가슴에 흘려보낸 
줄기 설기 설운 눈물로
촉촉이 씻어낸 오색 단풍이 예쁘다.
비가 오는 날은
까치도 제 집에서 졸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둘기도 잠잔다.
어느 틈엔가
도랑물 모여서 냇물 거울 만들고
조롱조롱 청아한 고운 화음 노래 쏟아 놓을 때 
은행잎이 피워 낸 멋들어진  물안개는
색 상큼한 실개천에 노란꽃잎 띄운다.
비에 내 가을이 익고
바람이 우리네 마음 곳에 주려 앉으면
다가 올 하얀 내 겨울
 
억새 / 늘봉 한문용
험한 바위틈에서
단단히 모인 뿌리를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 붙들고 놓지 않음에 
오뉴월 세찬 비바람 꿋꿋이 견뎌내고
힘찬 기운으로 수숫대처럼 솟아올라
하늘거리는 가을꽃을 피워냈으니
작은 이삭들이 어찌
촘촘히 매달리지 않을 수 있으랴.
누가 
갈비뼈 주뼛한 몰골 
볼품없는 외떡잎식물에서
화병에 꽂아 넣어도 좋을 
아름다움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이나 했을까.
해가 져도
저들만의 그림을 
밤하늘에 그린다.

내 가을빛 / 한문용                  
수평선보다
훨씬 먼 곳에서 부터 달려온 
마음 사린 바람이
손잡고 달려온 햇볕에 부서져
은행나무에 뿌려지더니
강물처럼 채색된 그리움으로
애써 피어난
노란 가을빛
새별오름보다 
훨씬 먼 곳에서 부터 달려온 
가슴 시린 한풍이
숨 가쁘게 핥고 지나간 언덕
파랗게 떠는 연녹색 잎에 뿌려진 놀 빛
홍조 띤 수줍음으로 피어난
빨간 가을빛
스멀스멀 피어나는 
애잔한 사랑 한 묶음이
반쯤 열린 창문 틈새로 
스르르 들어오더니
낙숫물처럼 방울 되어 떨어지는
목마름 하나
그건 늦둥이사랑 열정 쏟아낸 
내 가을 빛
가을 뜨락에서  / 시 한문용
세월에 물들여
붉은 옷 갈아입고
엮은 대발에 길게 누워
뙤약볕에 찌그러지는 제 몸 한탄하다
그리움 쏟아내는 
고추의 향수
작은 몸뚱이 하나 건사하지 못한 채
피할 길 없는 연못가에서
달빛 닮은 꽃 한 송이 피워내고
돌던 곳만 빙빙 떠돌다 
길게 뿜어대는 부평초의 한숨소리
바람에 뒹굴다 
갈 곳 모른 빛바랜 은행잎 
수북이 쌓인 낙엽과
비벼대는 버거운 자리다툼
풀벌레 소리조차
그리움으로 잦아드는 건
가을 뜨락에서 풍성함에 잃어버린
처연한 아픔 하나 



출처 : 서우봉 노래
글쓴이 : 늘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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