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애상 늘봉 한문용 바람이 소리 없이 내려와 뜰 앞 귀뚜리를 깨우고 들녘에서 꼼지락거리던 가을볕은 장마에 절은 여름을 말린다. 아쉬움의 뒷걸음 흘긋흘긋 돌아 본 하늘이 놀 속으로 풍덩 빠져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인데 어쩌자고 제 갈 길 머뭇거리는가! 미련은 닳아버린 가없는 아픔 속절없이 망가진 죽음에 이르는 향수 되돌아보아도 아픈 기억 지워지지 않거늘 그냥 가 그냥 가 더운 입김은 애수가 아니니 빛깔로 오시는 내님 되돌아설지도 몰라
가을에게 늘봉 한문용 가을아, 네 아름다운 빛깔 채색할 자신이 없다. 가슴 가득 파고드는 그리움을 네 안에 감추어 둔 황홀한 모습을 스물 네 가지 색으로는 골짜기를 흐르는 맑은 물 낭만의 숲을 피워낸 소슬한 바람 비취빛 하늘 옥빛 바다는 또 어떻고 가을아, 네 빛에 담긴 한복 입은 여인의 치맛자락 같은 시어는 너를 사랑한 다음에야 그려낼 수 있음을 이제 알았다. 네 모습 내 안에 넣어 주렴. 억새의 빛바랜 노래와 노랗게 핀 들국화의 고고함도 신선함으로 샘솟는 사랑의 색으로는 빚을 수 있으니 가을에 내리는 비 /늘봉 한문용 그리움에 젖을까봐 땀방울이 속깨나 적시더니 빈 마음 떠안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가슴에 흘려보낸 줄기 설기 설운 눈물로 촉촉이 씻어낸 오색 단풍이 예쁘다. 비가 오는 날은 까치도 제 집에서 졸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둘기도 잠잔다. 어느 틈엔가 도랑물 모여서 냇물 거울 만들고 조롱조롱 청아한 고운 화음 노래 쏟아 놓을 때 은행잎이 피워 낸 멋들어진 물안개는 색 상큼한 실개천에 노란꽃잎 띄운다. 비에 내 가을이 익고 바람이 우리네 마음 곳에 주려 앉으면 다가 올 하얀 내 겨울 억새 / 늘봉 한문용 험한 바위틈에서 단단히 모인 뿌리를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 붙들고 놓지 않음에 오뉴월 세찬 비바람 꿋꿋이 견뎌내고 힘찬 기운으로 수숫대처럼 솟아올라 하늘거리는 가을꽃을 피워냈으니 작은 이삭들이 어찌 촘촘히 매달리지 않을 수 있으랴. 누가 갈비뼈 주뼛한 몰골 볼품없는 외떡잎식물에서 화병에 꽂아 넣어도 좋을 아름다움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이나 했을까. 해가 져도 저들만의 그림을 밤하늘에 그린다. 내 가을빛 / 한문용 수평선보다 훨씬 먼 곳에서 부터 달려온 마음 사린 바람이 손잡고 달려온 햇볕에 부서져 은행나무에 뿌려지더니 강물처럼 채색된 그리움으로 애써 피어난 노란 가을빛 새별오름보다 훨씬 먼 곳에서 부터 달려온 가슴 시린 한풍이 숨 가쁘게 핥고 지나간 언덕 파랗게 떠는 연녹색 잎에 뿌려진 놀 빛 홍조 띤 수줍음으로 피어난 빨간 가을빛 스멀스멀 피어나는 애잔한 사랑 한 묶음이 반쯤 열린 창문 틈새로 스르르 들어오더니 낙숫물처럼 방울 되어 떨어지는 목마름 하나 그건 늦둥이사랑 열정 쏟아낸 내 가을 빛 가을 뜨락에서 / 시 한문용 세월에 물들여 붉은 옷 갈아입고 엮은 대발에 길게 누워 뙤약볕에 찌그러지는 제 몸 한탄하다 그리움 쏟아내는 고추의 향수 작은 몸뚱이 하나 건사하지 못한 채 피할 길 없는 연못가에서 달빛 닮은 꽃 한 송이 피워내고 돌던 곳만 빙빙 떠돌다 길게 뿜어대는 부평초의 한숨소리 바람에 뒹굴다 갈 곳 모른 빛바랜 은행잎 수북이 쌓인 낙엽과 비벼대는 버거운 자리다툼 풀벌레 소리조차 그리움으로 잦아드는 건 가을 뜨락에서 풍성함에 잃어버린 처연한 아픔 하나
출처 : 서우봉 노래
글쓴이 : 늘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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