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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詩

오봉산 장미

by 이첨지님 2011. 3. 9.

 

 

오봉산 장미  / 이태곤

 

내가 오봉산에 오름은

꽃향기 때문이 아니요

꿀따기 위함도 아니다

장미 줄기에 난 가시보다

더 뾰족한 날을 세운

벌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오봉산을 찾음은

경치를 즐기려 함이 아니요

장미의 아름다움도 아니다

장미 씨앗을 먹고

온 산을 누비는

산새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오봉산을 그림은

운명이 아니요

행운도 아니다

오직 숙명이기에

장미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대 숲

 

그는 늘 숲을 이룬다.

수 많은 그루가

각기 군자의 기상을 드높여도

뿌리는 하나이다.

 

하늘향한 장대만큼 뿌리도 자라고

울울한 댓줄기는 모진 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다.

 

그 녀는 성장한 수만큼

해마다 죽순을 뽑아 올린다.

그 숲만큼

땅속에 잉태시켜

항시 숲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