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시인의 가슴이면 / 늘봉 한문용

이첨지님 2013. 8.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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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가슴이면 /  늘봉 한문용

 

바람 아래에서

즐비하게 늘어선 나무 위를

일렁이는 파도 위를

태초부터 햇빛은 세월을 삼키고서야 부서지고

숨 쉬며 살아 온

내 삶의 언저리에 깔깔거리며

다가선 고통

 

기인 어둠의 터널을

가고 오고

무색 여정의 모롱이에서

내 빛깔은 헐떡임으로 얼룩져 있어

회색빛으로 늘 암울하다.

 

새녘

마른 풀잎이

이슬을 받아 마시고

별처럼 소리 내지 않는 하루를 사는 것처럼

냇물이

골짜기를 흐르고

들을 적시는 젖줄처럼

마음의 피가 내 육신을 돌고 도는

시인의 가슴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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