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틈새에서 자는 바람 / 한문용

이첨지님 2013. 1. 29. 13:50

            틈새에서 자는 바람 / 한문용

 



틈새에서 자는 바람 / 한문용

 

봄이 더딘 것은

틈새에서 자는 바람 때문이다.

 

달을 걸어 둔 구멍사이로

별을 넣어 둘 만큼

작은 숨소리만 사는 집을

예서제서 짓고 또 짓는다.

 

가죽피리 소리만

쌩쌩 들리는 것을 보면

정녕

오던 길로는

다시 되돌아갈 순 없다는

의미 섞인 절규

 

몸부림치며 치며

틈새에서 冬眠하니

긴 겨울이 흔들릴 수밖에

 

낮엔 구멍 숭숭 뚫린 돌담 사이를

밤엔 산골짜기

굽이진 틈새로만 기어오른다.

 

틈새에서 자는 바람

그건 지쳐 우는 겨울소리